원불교 100 년 ,
산술적 숫자에 머물지 말아야
기사승인 [1792 호 ] 2016.03.18
본사는 11 일 ' 한국사회에서 바라본 원불교 100 년 ' 이란 주제로 서울 하이원빌리지에서 특별좌담을 진행했다 . 좌담 패널로는 주경 스님 ( 불교신문사 사장 · 이하 주 ), 정진홍 교수 ( 광주과학기술원 다산특훈교수 · 이하 정 ), 정상덕 사무총장 ( 원 100 성업회 · 이하 사무총장 ) 이 참여했고 , 진행은 본사 나세윤 편집국장 ( 이하 나 ) 이 맡았다 .
▲ 원 100 성업회 정상덕 사무총장 .
인재양성 · 교서결집 대단
영육쌍전 · 무아봉공 철저
비전문 고민 , 개혁 후퇴 걱정
나 : 원불교는 창교이후 일제강점기 , 근대화와 산업화 , 민주화의 시기를 사회와 호흡하며 함께해 왔다 . 이웃종교인으로서 , 언론계에 오래 몸 담아온 교수로서 , 냉정한 평가를 해 달라 .
주 : 원불교가 대사회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 불교계는 놀라고 있다 . 원불교는 교세 측면보다는 다양한 사회활동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. 기성종교가 원불교를 경쟁상대로 인식할 정도로 원불교의 사회활동을 민감하게 체감하고 있다 . 특히 세계적으로 신종교의 흐름을 볼 때 원불교는 대학과 병원 설립 등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신종교로서의 행보가 상당히 독보적이다 . 또한 종교화합과 소통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도 주목된다 .
정 : 요즘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게임 소식을 접하면서 그런 고민을 해봤다 . 결국 사람에게는 ' 도 ( 道 )' 밖에 남는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다 . 소태산 대종사께서 득도를 하셨다 . 외람된 말씀이지만 대종사의 득도는 대단한 원리가 아니라 참으로 소박한 원리라고 생각한다 .
원불교 100 년을 하나의 이벤트로 축하하기 보다는 , 깨달음의 작은 씨앗이 떨어져 ' 이소성대 ' 의 말씀처럼 서서히 퍼져가며 , 그 깨달음이 과정 속에서 법이 익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. 즉 , 원불교 100 년에 본래의 것으로 , 초심으로 , 원래의 것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. 원불교의 법이 이소성대의 정신으로 겨자씨앗이 되어 문화 , 사회참여 , 종교의 역할 , 인류에 대한 사랑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.
사무총장 : 원불교는 사실적 도덕훈련을 한다 . 이적을 나투거나 신비주의로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 . 우리는 몸으로 검증하고 실천해나가는 그 적공의 정신으로 버텨왔던 것 같다 . 생활 속에서 점검해나가며 유무념공부를 실천적으로 해 나가고 있다 .
정 : 대종사께서 득도하신 후 진행한 저축조합 , 방언공사 등의 공동체 활동을 보면 원불교는 생활종교임이 드러난다 . 철저하게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며 생활종교로 걸어왔던 것 같다 . 태동부터가 철저한 생활종교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다른 여타의 종교보다 맑다고 생각한다 .
그러나 아쉬운 부분이 있다 . 사회에 대한 죽비소리 . 일침과 같은 목소리와 활동에는 좀 소극적인 것 같다 . 사회에 대한 죽비와 일침은 민주화운동이나 사회의 큰 시스템을 바꾸는 거대한 담론을 말씀드린 것은 아니다 .
원불교가 우리 사회의 틀을 미시적으로 함께 고민해 봐야 할 일들이 있다 . 한국 사회공동체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, 겪어보지 못했던 미증유의 경험들 속에서 , 생활종교로서의 원불교가 할 수 있는 일과 역할이 많지 않겠는가 . 그게 참여라고 본다 .
주 : 지금 시대는 매우 매섭게 보수와 진보로 나눠져 잣대를 재고 있다 . 종교집단을 정치적 집단으로 판단하는 교도들의 요구가 많다 . 원불교도 종교가 진보를 품어야하는 사회적 역할을 하고자 할 때 , 교단 내부에서 진보와 보수로 구분되는 것을 어떻게 지혜롭게 소통해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토론해야 할 것이다 .
▲ 불교신문사 주경 스님 .
원불교만의 저력과
구심점 , 문화적 핵심 코드
점검해야 할 때
사무총장 : 교단 초창기에 교서결집을 했던 공력이 대단했다고 한다 . 〈 원불교교전 〉 는 10 년 동안 10 개 국어로 번역했다 . 반면 교헌개정을 시도 했으나 , 결국 못했다 . 본래취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까봐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.
주 : 종교의 본질은 신심이다 . 종교를 문자 등 텍스트만으로 바라보는 경향은 위험스럽다 . 지식인층은 종교자체를 객관화시키려는 경향성이 강한 것 같다 . 교리의 해석이나 이해부분에서도 그렇다 . 정역하는 부분을 아무리 섬세하게 접근한다 해도 텍스트의 한계 , 문건의 해석은 새로운 논쟁을 낳는다 . 시대에 따라 해석해 놓은 주역서들이 오히려 원전보다 더 어렵다 . 후대로 내려갈수록 원전에 대한 오류들이 더 많다고 본다 .
정 : 원불교는 기존 종교와 비교해 성속의 영역이 상대적으로 높지않다 보니 문제들이 생긴다 . 교헌개정 등 한번은 수정되거나 바뀌거나 하는 과정 속에서 엄청난 도전이 앞에 펼쳐질 것이다 . 비단 원불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가 누대에 걸쳐 겪고 있는 일이다 . 경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, 경전을 아무리 잘 풀어놓는다 한들 그 사회에서는 직독직해가 되지 않는다 . 그럴수록 더더욱 처음의 법을 , 초심을 분명하게 정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나가야한다고 본다 .
주 : 원불교는 현대사회에서 태동된 종교이니 변형에 대한 부분에 그나마 검증이 가능하다 . 불교는 300 년간 구전으로 내려왔다 . 불교는 부처님이 정해놓으신 동일한 가르침을 위경이라고 해도 ' 왜 이렇게 했을까 ?' 라고 접근하지 않는다 .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고민한다 .
정 : 원불교가 100 년을 맞이했다 . 이미 창교 이후에 경을 만드셨다 . 다만 경을 만들었던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이단이나 사이비의 시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. 원불교의 저력은 이외에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 . 무엇이 원불교로 하여금 그렇게 길지 않은 시기에 , 죽어가는 종교가 아니라 우리사회에서 점차 드러나는 종교로 만든 것일까 . 이것은 대단한 무엇이 있는 것이다 . 남성교무들은 결혼을 하고 왜 여성교무들은 결혼을 안했을까 . 이것이 어쩌면 그 힘의 원천이었는지도 모른다 . 원불교 안에서 들여다보면 그 불편하고 , 거추장스러운 그 무엇이 원불교를 여기까지 끌고 온 밑동력일 수 있다 . 100 년이라는 산술적 숫자 안에 머물지 말고 , 반드시 초심을 봐야한다 .
▲ 광주과학기술원 정진홍 교수 .
원불교 100 년
초심으로 원래의 것을
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
사무총장 : 원불교는 영육쌍전의 종교다 . 병진의 종교이다 . 무아봉공의 종교다 . 교세확장 보다는 공익적으로 무엇을 했느냐에 대한 부분을 더욱 중요시한다 . 이러한 가치들을 원불교 100 주년기념대회 비전선언문에 담아 향후 원불교의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싶다 . 이 부분에 지혜를 구하고 싶다 .
주 : 종교는 이타성과 투명성을 가져야 한다 . 하지만 기존 종교들은 굉징히 이기적인 모습들이 많이 있다 . 투명해야 하는데 투명하지 않고 , 이타적이어야 하는데 이타적이지 않다 . 가난해야 하는데 가난하지 않다 . 원불교는 현재까지 그런 부분은 없어 보인다 . 원불교는 자체적으로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. 그러한 제도들을 기성종교가 본받고 배워야한다고 본다 . 그러나 원불교가 사회 속에서 자리를 잡기는 했으나 목소리를 내기에는 아직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. 원불교만의 문화 , 원불교만의 저력과 구심점 , 문화적 핵심은 무엇이고 어떤 코드가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. 그런 부분들을 100 주년에 새롭게 검토해 나아가야하지 않겠는가 .
정 : 보여주기식 문화에 대한 부분을 지양해야한다 . 생활종교로 부패하지 않고 , 가장 맑은 종교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음을 높이 평가한다 . 21 세기 중반에 접어든 이 시점에서 한국사회에서 안고 있는 공동체의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는데 , 글로벌을 강조하는 이벤트적 비전선언문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해온 소박한 종교로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야 한다 .
원불교는 교도는 아니지만 원불교에 우호적인 사람들이 3 배나 많다고 한다 . 원군이 많은 종교다 . 천천히 꾸준하게 교화해나가는 것이 원불교 교화의 전형이라고 본다 .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원불교 100 주년 , 초심으로 원래의 것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.
원불교 100 주년기념대회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. 이에 따라 점차 세부적 윤곽이 드러나는 가운데 기념대회 상황과 각 교구의 원활한 참여를 위한 참고 사항들을 살펴본다 . 원 100 기념대회를 분야별로 현장감 있게 담고 , 교도들의 희망 속에서 원불교 미래를 설계한다 .
정리 = 이여원 기자 hyun@wonnews.co.kr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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